대법,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 때문에 임금피크제 적용은 '차별'
경총, "법 취지 고려, 신중한 판결 내려야" vs 한노총, "부당한 임금 삭감 폐지돼야"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해 6월25일 경노사위 사무실 앞에서 공공기관의 일방적 임금체계 개편 중단과 임금피크제 지침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주현 기자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해 6월25일 경노사위 사무실 앞에서 공공기관의 일방적 임금체계 개편 중단과 임금피크제 지침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주현 기자

대법원이 동일노동임에도 연령을 이유로 한 임금피크제 적용은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경영계와 노동계가 또다시 임금피크제 논란으로 들썩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6일 퇴직자 A(67)씨가 과거 재직했던 연구원을 상대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삭감했던 임금 차액을 지급하라”며 낸 임금소송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면 도입 목적의 정당성과 필요성, 임금 삭감에 준하는 업무량과 강도의 저감 등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번 판결에 따라 경영계·노동계에선 임금피크제 논란이 재차 일고 있다. 이번 판결과 유사한 사례에 대한 소송전도 줄 이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이후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정년보장 또는 정년 후 고용연장)하는 것을 조건으로 근로자의 임금을 조정하는 제도다. 정년 보장 또는 정년 연장과 임금 삭감을 맞교환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제도는 ▲노사간 합의로 정한 정년을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정년 이전 특정 시점부터 임금수준을 낮추는 정년보장형 ▲정년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정년 이전 특정 시점부터 임금수준을 낮추는 정년연장형 ▲정년 퇴직자를 촉탁직 등 계약직으로 재고용하고 임금수준을 낮추는 고용연장형 등으로 구분된다. 

2003년 신용보증기금이 최초로 도입됐지만 2007년 말 기준 도입률이 4.4%에 불과할 정도로 활용도가 낮았다. 그러다가 2013년 고령자고용법 개정을 통해 ‘60세 이상 정년’이 법제화되면서 논의가 일었으며 정부가 2015년 5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제시하며 강력히 추진하면서 제도 도입이 활발히 진행됐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1년 6월 말 기준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결과'에 따르면 정년제를 운영 중인 34만7422개 기업 중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은 전체의 22.0%인 7만6507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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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는 “임금피크제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근로자의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임금을 조정하는 취지”라며 “이러한 법 취지를 고려해 관련 판결이 신중하게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종선 한국경영자총협회 근로기준정책팀장은 “우리나라의 경직된 임금체계 실태 및 고용환경을 감안해 고령자의 갑작스러운 실직을 예방하고 새로운 청년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기 위해 노사 간에 합의를 통해 도입됐다”며 “연령 차별이 아닌 연령 상생을 위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홍종선 팀장은 “임금피크제가 고령자의 고용 불안, 청년구직자의 일자리 기회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만큼 법원이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과 법의 취지,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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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노동계는 일단 이번 판결에 대해 환영하지만 임금피크제 자체가 폐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윤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공공연맹 실장은 “이번 판결은 연령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명백한 차별’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준 것”이라며 “당연한 결과이며 환영한다”고 밝혔다.

정윤희 실장은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임금피크제 본격 도입 당시 도입 여부를 공공기관 평가에 반영하는 등 거의 반강제적 방식을 취했다”며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의 임금만 부당하게 삭감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실장은 “지금처럼 정년 이전에 연령을 이유로 임금을 깍는 방식의 임금피크제는 지속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합리적 이유 없이 노동자들의 임금을 부당하게 깎는 임금피크제가 폐지되기를 바란다”며 “한노총은 이번 판결 내용과 유사사례가 있을 경우., 대응할 수 있도록 지침을 내려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임금피크제가 본격 도입됐던 2015년 당시 노동계는 정년 이전에 임금을 삭감하는 이 제도에 대해 일방적이고 반강제적인 방식으로 추진해선 안 된다며 대대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시사경제신문=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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