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원대 사교육비 부담 커...출산 기피"
사교육비 낮추려면 대학서열화부터 잡아야

한 병원 신생아실 사진=연합뉴스
한 병원 신생아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에 인구소멸 위기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합계출산율이 지난 2017년 1.05명에서 2018년 0.98명으로 하락한 이래 2021년에는 0.81까지 떨어졌다. 인구 자연감소도 지난 2월 기준 28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유삼현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둘째아 출산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데다 가임기 여성 인구 또한 줄어들고 있어 출산율이 반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인구가 너무 빠르게 감소하고 있어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저출산이 발생하는 원인은 청년층의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이를 낳아서 키울 집을 마련하기도 어렵고, 양육하는 동안 맞벌이 등을 유지하기도 어려우며 고가의 사교육비를 쏟아부어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회 현상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청년들이 자녀 출산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저출산의 다양한 원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싣는 순서 ① 부동산 ② 교육 ③ 출산·육아정책

지난해 서울의 한 대학에서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시사경제신문 자료사진
지난해 서울의 한 대학에서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시사경제신문 자료사진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교육비는 2021년 23조4천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18조7천억원이었던 사교육비는 2019년 21조원으로 20조원대를 넘어선 데 이어 2020년에는 19조4천억원으로 감소했다가 지난 해 껑충 뛰어올랐다.

‘코로나19 1년차’였던 2020년 잇따른 학원 휴원과 감염 우려 등으로 사교육비가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2년차인 지난해에는 원격수업 질과 학습결손에 대한 불안 등으로 사교육 의존도가 더욱 높아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교육비가 코로나19 여파로 반등하기는 했지만 20조원대의 사교육비 규모는 지난 해 정부 예산이 558조원, 교육 예산이 71조인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렇게 부모들이 사교육비를 쏟아부을수 밖에 없는 이유는 대학서열화, 즉 학벌주의 사회에 있다. 자녀를 수도권의 명문대에 보내지 못하면 자녀가 경제적으로 약자인 삶을 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남들이 학원에 보내는 만큼이라도 자녀를 학원에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교육비 부담은 또한 저출산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지난 2018년 경기도가 도민 1천명을 대상으로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을 조사한 결과 이들 중 약 40%가 사교육비 부담을 꼽았다.

이에 사교육비 문제를 단순히 교육계의 문제일 뿐 아니라 저출산 문제로서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대학 간 네트워크 통해 대학서열 해소해야

서울대 정문 전경 사진=박영신 기자
서울대 정문 전경 사진=박영신 기자

교육계에서는 대학서열화 문제 해소 방안으로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 또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동선발네트워크 등이 제시돼 왔다.

이 안들은 기본적으로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대학들의 공동입학·공동학위제 및 전폭적 재정 지원 등을 통해 대학 간 서열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가 주창한 이론으로, 학생들이 일명 ‘스카이(SKY 서울대·고려대·연세대)로 몰리기 때문에 나타나는 병목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의 지역거점대학들을 서울대와 같이 교육의 질이 높은 연구중심대학으로 만들고 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게 핵심이다.

또 공동선발 네트워크는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제시한 안이다. 국민통합네트워크나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국립대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하는 데 비해 이 안은 전체 대학의 약 85%를 차지하는 사립대도 포함해 네트워크를 구성하자는 게 특징이다.

김태훈 사교육걱정 정책위부위원장은 “입학 성적 순으로 학생들과 대학들을 줄 세우는 문제를 개선하려면 사립대를 포함한 네트워크 대학 간 공동입시를 실시하면 될 것”이라며 “이 뿐 아니라 정부가 네트워크 대학들에 전폭적으로 재정을 투입해 양질의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면 어렵게 입학하지 않아도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대학에 대한 학부모들의 인지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학 간 네트워크 방식을 추진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을 뿐 아니라 여전히 문제가 남는다.

우선 여러 곳의 대학에 서울대 만큼의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뿐 아니라 국민들이 교비 횡령 등 각종 비리를 저지르는 사립대를 포함해 대학 교육에 막대한 공공 재원을 투입하는 데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서울대 등 명문대들이 교육의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는 인식도 높아 대학 네트워크를 통한 ’평준화‘를 추진하는 것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설사 대학 간 네트워크 정책이 추진된다 하더라도 모든 대학들이 이 네트워크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 이 네트워크가 다른 대학들이 형성해 놓은 서열 사이에 끼게 되는 모양새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대학 간 네트워크안은 지방대학 교육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지역소멸을 막을 수 있는 1석2조의 대안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 뿐 아니라 국민들도 관심을 가져야 할 정책이다.

양극화된 노동시장 대학서열화 부추겨...임금격차 줄여야

시민단체가 필수노동자 지원대책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김주현 기자

대학서열화를 해소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으로 대학서열화의 원인으로 꼽히는 양극화된 노동시장을 개선하려는 대책을 들 수 있다.

즉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원청·하청 등으로 양극화된 노동시장에서 '좋은일자리'들이 ‘인(in) 서울 명문대’ 학벌을 요구하기 때문에 대학서열을 없애려면 노동시장 양극화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자리 양극화 문제는 임금 격차 문제로 귀결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기업규모별 소득에 따르면 대기업 직원의 평균임금은 529만원인데 비해 중소기업은 259만원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1년(6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정규직의 평균임금은 341만원, 비정규직은 164만원으로 조사됐다.

출신학교가 일자리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대학서열과 생애임금격차(이지영·고영선, 2019년)’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17년까지 20년 동안 대학 졸업자 1400여명이 받은 임금을 분석한 결과 대학서열 상위 1그룹 졸업자 임금이 5그룹보다 취업 시기엔 14% 높고, 40~44세 때 최대치인 46.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들은 “대학서열이 높을수록 졸업생의 임금도 높은 경향이 있기 때문에 서열 높은 대학에 들어가고자 하는 입시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해결하면 대학서열화가 해결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들면 출산율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실제로 일본은 저출산 현상이 출산·육아 정책 뿐 아니라 경제 노동 시스템 등 다양한 시스템과 관련돼 있는 현상임을 강조하며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 80%로 인상하는 등 사회 전반을 재설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임금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대책으로 ▲임금 분배 기금 조성 ▲산업별 임금수준 설정 ▲대기업 등 고임금 규제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덴마크에서는 노동자들이 임금의 일정 부분을 자동으로 차감해 비정규직·미숙년 노동자들의 교육·훈련비나 임금 지원에 사용한다.

또 독일 등에서는 산업별 노동자 임금을 중앙정부나 산별로 결정해 지급한다. 이렇게 되면 동일한 산업현장에서 동일한 근로를 하는 노동자에 대해서는 같은 수준의 임금이 지급될 수 있다.

북유럽은 대기업 등에서 고임금을 주지 못하도록 제한해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를 줄인다.

양승훈 교수는 “우리나라는 산별노조가 아닌 기업별노조 중심으로 돼 있고 임금을 기업별노조‧회사가 협상을 벌여 정하는 등 사업장별로 결정해 산별노조가 사측과 협상하거나 중앙에서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꾸려면 아직까지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기업·노조들도 임금 격차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사경제신문=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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