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시민단체들, "안전성·유효성 등 우선시돼야" 반대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 보건의료 국정과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주현 기자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 보건의료 국정과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주현 기자

윤석열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국정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이를 반대하던 의료계가 전향적 검토 입장을 밝히면서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그러나 약사단체와 시민단체들은 환자 안전이 우선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도 전망된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과 환자 간 비대면진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2020년 2월부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된 바 있다. 당시 이용건수가 970만건을 넘어섰을 정도로 활성화됐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의료취약지 등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상시적 관리가 필요한 환자에 대해 일차의료 중심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환자 편의성 등 위해 검토할 시기 도래

대한의사협회는 “기존에는 비대면 진료에 대해 논의조차 안 할 정도로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이제 환자들의 편의성과 기술 발전 등을 고려해 의료계에서 비대면진료의 문제점과 보완점 등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곽수연 의협 대변인은 “한차례 정도 정부와 비대면 진료 관련 회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우선 의료계가 중심이 돼서 어떤 질환에 대해 비대면진료가 가능할지, 어떠한 기술들을 어떻게 접목시켜야 할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제를 뒀다.

곽수연 대변인은 “2·3차 의료기관은 중증환자나 복합적인 질환의 환자 치료에 목적을 두고 있으므로 비대면진료를 도입하기는 어렵고 1차 의료기관에서 도입하는 게 맞다라는 얘기가 나온 부분이 있다”며 “이를 시행하기 위해 어떠한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한지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곽 대변인은 “만성질환자에 대해선 동일한 약을 반복해서 처방받으니 비대면진료가 괜찮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온 바 있다”며 “그러나 비대면진료가 보조적으로 시행되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두번 정도는 비대면으로 약을 처방한 후, 약을 복용하고 당이나 혈압 조절이 잘 됐는지 검사가 필요할 시 대면진료를 실시하는 방식이라면 괜찮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곽 대변인은 “의료계에선 진료의 연속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진료 시 처방 받은 시술이나 약 등이 정말로 효과가 있었는지, 부작용이 없었는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에 비대면 진료가 앱이나 플랫폼을 통해 아무 병원에서나 마치 대량생산하듯이 또는 쇼핑하듯이 이루어지는 데 대해서는 강력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안전성·유효성 자료 없어...헬스케어업계만 배불릴 것"

이대목동병원 외관 사진(이 사진은 자료사진일 뿐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사진=시사경제신문 자료사진
이대목동병원 외관 사진(이 사진은 자료사진일 뿐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사진=시사경제신문 자료사진

의료계가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 반해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는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유효성을 입증한 자료 자체가 없다”며 “환자의 안전이 가장 중점이 돼야 하는데 ICT·헬스케어업계의 배만 불리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재현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정부가 이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위해 공공의료를 강화해 방문진료 등을 실시하는 대책을 검토하기도 전에 비대면진료를 확대하고 안전 등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서야 개선하겠다라는 식으로 밀어붙인다면 환자들은 임상실험 대상 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동네 병의원의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편도 아니다"라며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됐을 때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였지만 앞으로 왜 굳이 도입이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또 “환자 편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2·3차 의료기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며 “이럴 경우, 환자 쏠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사무국장은 “만성질환자라고 해서 상태가 항상 똑같은 게 아닌데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검토된 바 없다”고 지적했다.

조제약 오배송으로 인한 안전 보장 안 돼

대한약사회는 “제조약 배송체계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반대하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어 의·약계가 의견이 갈리는 모양새다.

약사회는 “비대면 진료의 도입은 안전성·유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조제약 배송시스템 개발 등 난제가 해결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양연 약사회 부회장은 “조제약의 배송이 일반적인 물류시스템으로 진행된다면 오배송될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해 환자의 안전성도 보장하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양연 부회장은 “제약회사에서 약이 생산될 때는 ‘한국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KGMP)’이 있고 약이 유통회사로 넘어갈 때는 '의약품유통품질관리기준(KGSP)'이 있지만 소비자에게 전달될 때는 아무런 품질관리 기준이 없다”며 “이에 따라 배송과정에서 약의 품질관리나 유효성 확보를 위한 관리체계가 부재한 문제도 크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국은 약 조제 뿐 아니라 복약 지도와 상담 등을 통해 국민의 건강을 챙기는 역할을 한다”며 “비대면 진료 한시 허용을 틈타 생겨난 조제만 하는 약국들이 양산된다면 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부회장은 “조제약 배송의 안전성·유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비대면 진료가 오히려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폐해로 작동할 수 있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사경제신문=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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