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추억하는 아이콘으로 끊임없는 변화 시도

1960년대 모습과 감성으로 ‘추억여행’
좁은 골목길 따라 이발관, 전파사, 신발 가게 등 옹기종기 
중장년층은 향수에 젖고 청년들은 과거로의 여행

경기침체와 코로나19 된서리 ‘활력’ 잃어 ‘자구책’ 마련
오래된 상인들의 울림 있는 삶 스토리텔링
지역의 대표 문화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아
     

 

강화도 서쪽 다리 건너 교동도에 자리한 대룡시장은 1960년대 모습과 감성으로 추억을 팔고 있다. 사진=원금희 기자
강화도 서쪽 다리 건너 교동도에 자리한 대룡시장은 1960년대 모습과 감성으로 추억을 팔고 있다. 사진=원금희 기자

 

강화도 서쪽 다리 건너 교동도에 자리한 대룡시장은 1960년대 모습과 감성으로 추억을 팔고 있다. 중장년층은 향수에 젖고 청년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미장원과 이발관, 정육점, 전파사, 신발 가게들이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다.

시장 입구부터 침샘을 자극하는 먹거리가 천지다. 발아현미로 만든 찐빵, 교동도의 쌀과 현미로 만든 과즐과 유과, 오란다를 파는 아리곳간, 모듬전에 막걸리를 곁들일 수 있는 주점, 국민간식 호떡 등 주전부리가 넘친다. 

황해도식 강아지떡으로 유명한 청춘부라보, 쌍화차로 유명한 교동다방은 하늘색 지붕에 주황색 테두리를 두른 신식 주택 모습으로 담쟁이 식물과 작은 화분이 즐비하다. 

옛 교복을 빌려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교동스튜디오, 실향민 할아버지의 이발관, 영화 ‘미워도 다시 한 번’의 색바랜 간판은 희미한 옛사랑의 자화상이 된다. 교동도의 쌀을 판매하는 교동은혜농장 벽에 붙어있는 이승만, 노무현 등 역대 대통령의 선거 포스터는 지나간 역사의 훈장이다.

골목의 터줏대감 노포들 사이에서 시간을 거스른 신생 카페가 보인다. 나무판에 손글씨로 메뉴를 쓰고 아날로그 감성으로 내부를 꾸며 과거와 현재를 잇고 있다.

대룡시장은 6.25 전쟁에 황해도 연백군에서 피난 온 실향민들이 생계 유지를 위해 좌판을 벌여 만들어진 장소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교동도는 47㎢ 면적에 약 3000명의 주민이 사는 작은 섬이다. 2014년 교동대교가 개통된 후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내 도착 가능해 접근성이 뛰어나다.

 

좁은 골목을 따라 가게들이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다. 사진=원금희 기자
좁은 골목을 따라 가게들이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다. 사진=원금희 기자
모듬전에 막걸리를 곁들일 수 있는 주점. 사진=원금희 기자
모듬전에 막걸리를 곁들일 수 있는 주점. 사진=원금희 기자
전통쌍화차를 마실수 있는 교동궁전다방이 위치한 골목길. 사진=원금희 기자
전통쌍화차를 마실수 있는 교동궁전다방이 위치한 골목길. 사진=원금희 기자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코로나19 된서리...자구책 마련 고심

대룡시장은 골목마다 제비거리, 둥지거리, 와글와글거리, 그리고 조롱박거리, 극장거리, 벽화거리 등 특색있는 장소를 만들어 시장 활성화를 꾀했다. 이곳은 2014년 교동대교가 열리고 ‘알쓸신잡’과 ‘다큐 3일’ 같은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전국 각지에서 사람이 몰리면서 구석구석 새로운 가게도 하나둘 생겨났다. 

이러한 대룡시장도 경기침체와 더불어 지난해 본격화된 코로나19의 된서리를 피하지 못했다.

오랫동안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집합금지와 이로 인해 위축된 소비심리는 골목상권을 위협할 만큼 치명타가 됐다. 

대룡시장에서 꽈배기를 만들어 파는 한 상인은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는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꽈배기를 만들어 파느라 식사를 거를 때가 많았다. 인생 꽈배기로 소문나 가게 앞에는 언제나 긴 줄이 늘어섰고 온종일 기름 냄새를 맡아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때로는 손님이 그만 왔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손님들이 급격하게 줄면서 매출이 절반 이하로 곤두박질쳤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장사가 안되면 몸이라도 편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여기저기 더 쑤시고 결리고 정신까지 멍해 걱정이 앞선다. 그나마 주말 반짝 손님으로 버티고 있지만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이다. 이따금 가게 앞에 길게 늘어섰던 손님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시절이 빨리 왔으면 한다”고 말하며 시름에 잠겼다.

다른 곳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평일 오후지만 먹거리는 물론 악세사리, 소품, 옷가지 등을 파는 가게들도 사람들의 온기가 없어 썰렁한 기운이 맴돌았다. 

대룡시장을 찾은 주부 안 모(여, 52세)씨는 “현재 서대문에 거주하는데 코로나 발생 전에는 이곳을 가끔 찾았다. 복잡한 서울에서 벗어나 낡은 가게와 옛날을 추억하는 소품들을 구경하면서 길거리음식을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스트레스도 풀고 어린시절을 추억하면서 정서적 안정도 찾았다. 하지만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1년이 지나서야 이곳을 다시 방문했다. 자주 올 수 없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상인들도 힘들지만 오가기 어려운 우리들도 편치는 않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해도식 강아지떡으로 유명한 청춘부라보. 사진=원금희 기자
황해도식 강아지떡으로 유명한 청춘부라보. 사진=원금희 기자
교동이발관이 자리한 골목길. 사진=원금희 기자
교동이발관이 자리한 골목길. 사진=원금희 기자
옛 건물 그대로 추억을 간직한 복고카페 영심이. 사진=원금희 기자
옛 건물 그대로 추억을 간직한 복고카페 영심이. 사진=원금희 기자

 

◆오래된 상인들의 울림이 있는 삶...‘스토리텔링화’ 문화콘텐츠로 만들어 

현재 정부와 전국 기초자치단체는 코로나19 장기화 및 대형마트·인터넷쇼핑몰에 밀려 침체된  전통시장 활성화와 경영현대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25개자치구 전통시장 내 500개 점포를 대상으로 온라인 시장 진출을 돕는 종합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온라인 판매가 전통시장의 새로운 유통·판매문화로 정착하도록 주력한다. 

점포별 심화 컨설팅도 진행한다. 마케팅 전문가가 점포별 특성과 강·약점을 진단 후, 이에 따른 온라인 진출 전략과 판매메뉴(상품) 기획, 마케팅 방법 등 맞춤형 솔루션도 제공 중이다.

부산시는 전통시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재도약을 위해 ▲코로나 극복 전통시장 소비 붐업 ▲15분 도시 구현 전통시장 접근성 향상 ▲포스트 코로나 스마트 전통시장 전환 ▲골목상권 활성화를 통한 지역 상권 균형 성장 ▲전통시장 세대교체 지원 ‘청년 채움’ 프로젝트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경기도는 전통시장 ‘배달특급’ 시스템을 구축해 고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신규 특성화 사업 전통시장을 선정해 청년 푸드창업 허브 등을 본격 추진 중이다. 

정부도 오는 2025년까지 온라인 배달체계 등을 갖춘 디지털 전통시장 500곳, 로봇 등을 도입한 스마트 상점 10만 개, 스마트공방 1만 개를 보급하고 내년까지 이들이 집적된 디지털상권 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전국 각지에서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며 상인들도 자구책 마련에 여념이 없다. 서울시 양천구 관내 신영시장은 구청과 손잡고 ▲상인 유튜버 양성 ▲같이 소비 촉진행사 ▲모바일페이백 ▲라이브커머스(소비자와 채팅으로 소통하며 상품을 소개하는 스트리밍 방송)등 ‘상인 주도형 사업’을 통해 온라인 매출 증대와 디지털화에 치중하고 있다.

최근 대룡시장은 인근 나들길 제9코스의 새단장을 마치고 가을손님 맞을 채비를 마쳤다. 60년이 지난 시장은 청년층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가게가 들어서 기존 노포와 어우러지면서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공간으로 변화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터를 닦고 살아간 상인들의 울림이 있는 삶을 스토리텔링화해 문화콘텐츠로 만들어 시장의 역사를 쓰고 있다. 

제비가 찾아오는 청정지역 대룡시장은 시대를 추억하는 아이콘으로 끊임없는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교동도의 쌀과 현미로 만든 과즐과 유과, 오란다를 파는 아리곳간. 사진=원금희 기자
교동도의 쌀과 현미로 만든 과즐과 유과, 오란다를 파는 아리곳간. 사진=원금희 기자

[시사경제신문=원금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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