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준공영제’… 시의 관리 태만으로 민간업자 배불려
서울시에서 노선권 확보하고 회계감사 임명해야

시민 불만이 없고 버스업체가 만족한다는 이유로 깜깜이 예산 지원하는 서울시 버스준공영제가 새로운 전환의 시점을 맞고 있다. 사진=백종국 기자

 

[시사경제신문=백종국 기자]  지난 515일 서울시내버스노동조합의 예정 파업이 철회됨으로써 서울시는 하루 400만 명이 이용하는 버스의 스톱을 막을 수 있었다. 서울시는 파업 철회 대가로 버스노동조합에 임금 3.6% 인상, 2021년까지 정년 만 61세에서 63세로 단계적 연장, 학자금 등 복지기금 5년 연장이란 두둑한 선물을 안겨주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2004년부터 버스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사실도 널리 알려졌다. 버스 준공영제란 공공성 확보라는 공영제의 장점과 경영 효율화라는 민영제의 특성을 결합한 형태로서, 지자체가 민간 버스회사의 노선조정권을 환수하는 대신 운송수입의 적자를 메워줘 버스회사에 적정 이윤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준공영제 도입으로 서울시 버스기사의 경우 하루 두 명이 9시간씩 근무하는 교대 방식으로 평균 근무시간은 주 47.5시간이며, 평균 임금(3호봉 기준)390여 만 원이다. 현재 하루 17시간 일하고 하루 쉬는 종일제 근무로 12204시간 일하고 340만 원을 받는 민영제 기사에 비해 양호한 조건이다.

현재 서울시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는 16700명 이상으로 버스회사 수는 65개다. 서울시에서 인가 받은 버스 대수는 7405대로, 이 중 6990대는 운행 중이고 415대는 예비차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정류소는 6254개이며 승차대가 설치된 정류소는 3904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방대한 버스 조직을 관할하는 만큼 서울시가 여기에 지원하는 돈이 막대하다. 서울시는 수익성이 없는 노선 운행, 학생·청소년 운임할인 등 공적부담으로 인한 결손액, 운송수입금 부족액 등에 대해 재정에서 매해 1000~3000억 원 선을 지급해왔는데, 지난해 지원한 돈이 무려 2932억 원이었다. 버스 1대당 4000만원 가까운 돈을 시민 세금으로 지급한 것이다. 버스를 200대 소유한 버스회사는 한 해 서울시로부터 80억 원을 지원받은 셈이다.

서울버스 노조에 올해 임금을 3.6% 올려주기로 하면서 서울시의 부담은 올해 330억 원 더 늘게 됐다. 서울시의 지원 인상액은 100억 원 대에서 200억 원 대를 넘어 이제 300억 원 대로 늘어났다. 이처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버스 지원액으로 인해 서울시도 만만치 않은 재정 부담을 안게 되었으며, 준공영제를 도입하려는 다른 지자체에게 나쁜 선례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의 버스 준공영제가 지나치게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연구원이 지난 2015년 보고서를 통해 적정 차량 수보다 많은 수의 버스 운행, 표준운송원가 상승, 효과적이지 못한 경영효율화 인센티브와 감차유도 인센티브 등 서울시 버스 준공영제의 문제를 지적했다.

서울시의회 정진철 시의원은 외부회계감사를 받고 있는 27개 버스회사가 외부감사인을 법정제한기간인 6년을 넘겨 연속 수임케 하고 있다. 또 버스회사들이 외부감사인 선임 시 서울시 사전 협의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본지의 취재에 따르면 버스회사들의 회계감사에는 대표의 자녀, 친척도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진철 시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지적에 대해 서울시로부터 버스회사의 외부감사 건에 대해 전수조사를 할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시 교통위원회에서는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완전공영제로서의 전환에 대해서는 논의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버스회사의 채용 비리 등 도덕적 해이 현상에 대한 정계의 폭로도 이어졌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은 버스회사가 보조금 횡령, 부당 수령뿐만 아니라 불법 정비에 부품비까지 부풀려 세금을 눈먼 돈으로 받아 챙기는 비리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사장이 친척들을 임직원으로 앉혀 놓고 월급을 타가면서 출근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선 지난 1월에는 민중당 시울시당이 서울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버스재벌을 양산하고 있다. 세금으로 억대 연봉의 임원 급여를 지급해 부의 세습이 가능해졌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를 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점 지적에 대해 서울시 도시교통실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관련사항에 대해 문제점이 없는지 면밀히 조사하여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버스준공영제에 대한 문제점은 이미 2015년부터 다 나와 있는 바다. 하지만 작은 것들만 건드릴 뿐 큰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버스준공영제는 15년 전 이명박 시장 시절 도입된 제도이다. 당시 시민의 편의를 위해 버스회사의 입장을 크게 반영하는 정책적 실기를 범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서울시의 버스준공영제가 실제로는 준공영제가 아니라며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가 버스 노선을 소유하지 못하고 노선 조정권만 가지고 있다는 이유다. 민간이 노선을 소유하고 운영하며 그 적자를 시가 메워주는 구조에다 지금까지 37000억이 넘는 돈을 지원했으면서도 회계감사조차 내려 보내지 못하는 것은 준공영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노선을 소유하고 운영은 민간에 맡김으로써 경쟁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단기적으로는 서울시에서 버스회사 회계감사를 임명해 투명한 비용 지출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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